보통 "빈혈 온다"라는 말은 어지럽다는 의미로 이야기한다. 그러나 빈혈은 피 특히 적혈구가 부족한 것을 말하며, 빙빙 도는 어지러운 느낌과는 관계가 없다.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부족하면 몸에 산소가 잘 공급되지 않아 빈혈 증상이 발생하는데, 어지럽고 숨이 찬 증상이 대표적이다. 빈혈은 생리를 하는 여성이나 다이어트하는 여성 등에서 빈번하지만, 노인에서도 빈혈이 발생할 수 있다. 특히 노인의 빈혈은 노화 현상이 아닌 또 다른 질환의 적신호가 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야 한다.
노인 빈혈, 치명 질환 암시할 수도빈혈은 생각보다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하는데, 악성 빈혈의 경우 철분보다는 비타민 B12 부족인 경우가 많다. 질병관리본부의 국민 건강영양조사에 따르면 만 10세 이상 국내 빈혈 유병률은 11.6%로 여성이 남성보다 약 4.5배 정도 높게 나타났다. 특히 70세 이상에서 남성은 11.1%, 여성은 18.0%로 여성 환자 수가 7% 가까이 많았다. 대부분 빈혈을 가벼운 질병으로 생각해 치료 시기를 놓치는 환자가 많은데, 노인 빈혈은 치명적인 질환을 암시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서울대학교 가정의학과 박민선 교수, 삼육서울병원 전 가정의학과 권영민 과장이 60세 이상 1만 114명을 대상으로, 가벼운 빈혈과 사망 위험의 상관성을 7년 이상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가벼운 빈혈이 있는 남성 노인은 빈혈이 없는 남성 노인보다 암으로 사망할 위험이 2.3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 빈혈이 암시하는 중증 질환은 위암, 대장암이 대표적이다. 고혈압, 당뇨병, 염증성 질환 등 만성질환도 노인 빈혈의 주요 원인 질환이다. 만성질환이 있는 사람은 사이토카인(면역, 항상성 조절 물질) 기능에 문제가 생겨 철분 같은 조혈 영양소의 흡수, 운반에 장애를 일으키고 결국 빈혈을 유발한다. 조혈기관 장애도 노인 빈혈을 부른다. 적혈구를 만들지 못하는 재생불량성 빈혈과 골수이형성증후군, 백혈구의 과도한 증식으로 적혈구 생산을 저해하는 백혈병 등이 대표적이다.
노쇠한 노인 빈혈 위험... 건강한 노인의 2배노인에서 발생하는 빈혈은 건강한 노인보다 노쇠한 노인에서 2배가량 더 많이 나타난다. 한국 원자력의학원 가정의학과 김경진 박사팀은 2016~2018년 국민 건강영양조사에 참여한 65세 이상 노인 1,715명을 대상으로 빈혈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대한가정의학회지 최근호에 게재된 본 연구는 65세 이상 노인에서 빈혈과 노쇠 및 영양소 섭취 간의 관련성을 알아보고자 진행됐다. 연구팀은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 빈혈 유병률은 14.9%에 달하며, 노인의 나이가 많아질수록 빈혈 위험도도 커진다고 밝혔다. 80세 이상 노인과 75~79세 노인의 빈혈 위험은 65~69세 노인보다 각각 2.1배, 3.4배였다. 연구팀은 노인의 최근 1년간 의도하지 않은 체중 감소가 3kg 이상이거나 악력이 남성 26kg 미만, 여성 18kg 미만이면 노쇠 상태로 분류했다. 노쇠한 노인이 빈혈을 앓을 위험은 건강한 노인의 1.9배였다. 다만, 비만한 노인의 빈혈 위험은 정상 체중 노인의 절반 수준이었다. 노인 빈혈의 흔한 원인은 영양 결핍과 만성 염증으로 인한 철 결핍으로 알려졌다. 연구팀은 "노인이 단백질을 필요 섭취량보다 적게 섭취하면 빈혈 위험이 1.7배 높았으며, 이는 노인에서 단백질 섭취와 빈혈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라고 밝혔다.
빈혈 있는 노인 사망률 높아한편 노인 빈혈이 있는 경우 근육에 산소 공급이 줄어들어 근육이 약화된다. 상 카를로스 연방 대학(UFSCar)과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niversity College London) 연구진은 노인을 대상으로 건강 상태 변화 등을 조사한 코호트 연구를 통해 "빈혈이 있고 근력이 약화된 남성은 10년 내 사망률이 64% 증가하고, 빈혈이 있고 근력이 약화된 여성은 10년 내 사망률이 117% 증가했다"라고 밝혔다. 빈혈은 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한 만큼 평소 단백질, 비타민, 엽산 등이 골고루 포함된 식사를 하고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만성질환 위험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좋다. 또한 빈혈 증상이 없어도 혈액 검사에서 빈혈이 발견된 노인은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니 철저히 검사하는 것이 도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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